‘고기에서 고기로’ 연말 더 힘든 비건 직장인들 채식주의자 “대안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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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나 송년회 장소는 자연스럽게 고깃집으로 잡혀요. 괜히 불편을 끼치고 싶지 않아 자리에 앉아 맨밥만 먹고 오기도 하죠. 채식주의자들은 분명히 소수자예요.”

각종 송년 모임이 한창인 12월, 직장인이자 채식주의자인 김지명(34)씨는 “연말이 되면 채식주의자들은 더 외롭고 괴로워진다”고 전했다.

모임 장소가 주로 고깃집으로 결정되는데, 연말 모임이 워낙 많아 어쩔 수 없이 불편한 자리에 가게 된다고 한다고 전했다.

직장인 채식주의자들에게는 송년회 등 식사 모임이 많은 연말이 유난히 고민스러운 시기라고 한다.

2년 전부터 비건(vegan, 육류·해산물·유제품 등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 생활을 해왔다는 직장인 이모(35)씨는 “연말이라 각종 모임이 많은데, 족발집에 가서 막국수를 시켜 먹는 등 일반식 중 비건도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찾는다”고 말하였다.

지난 9일 채식주의자 커뮤니티인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150만∼200만명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채식연합이 거리 설문조사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 분석 등을 종합한 결과라고 전했다. 채식주의자는 아니더라도 채식을 선호하거나 지향하는 인구는 훨씬 많을 것으로 채식연합은 보고 있다고 한다.

채식한다는 사실을 회사 동료나 주변에 알리고, 회식 메뉴를 선정할 때 배려를 받는다면 좋겠지만 쉽지는 않다고 한다. 채식주의자에 대한 편견 때문에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일 것이다’, ‘유난 떤다’ 등의 반응에 부딪히는 일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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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소수자’로 칭한 김지명씨는 “이전 직장에서 채식한다고 밝히니 한 상사는 ‘내가 고기를 먹게 도와주겠다’라고 말하며 고깃집에 데려간 적도 있다”면서 “채식을 한다는 게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이런 편견과 차별이 불편해서 입을 다물게 된다”고 말하였다.

30년간 비건 생활을 해 온 한국동물보호연합 이원복 대표는 “우리 사회가 개인의 신념이나 취향을 존중하기보다 전체나 단체를 중요시하다 보니 채식 인구들이 채식 사실을 밝히지 않는 ‘샤이 채식인’으로 살아간다”고 분석하였다.

이 대표는 “내가 원하는 음식을 먹겠다는 것은 사실 가장 기본적인 인권인데, 이를 존중하지 않고 특정 식단을 강요하는 것은 폭력이자 인권 유린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하였다.

여럿이 함께 모여 술을 곁들인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송년 모임 장소로 고깃집이 선호되지만, 대안이 없지는 않다고 한다. 채식 기반 메뉴를 파는 ‘비건 식당’이 늘어나고 있을뿐더러, 일반 음식점에서도 채식주의자들이 즐길 수 있는 메뉴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건강에 좋아 채식을 선호한다는 직장인 박성원(29)씨는 “회식이나 모임 장소가 주로 고깃집으로 정해지는 것은 단지 익숙함 때문인 것 같다”면서 “조금만 신경을 쓰면 채식주의자를 포함해 다 같이 즐거운 모임 장소를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박씨는 “선택의 폭이 넓은 한정식이나 파전, 두부 등 익숙한 메뉴를 갖춘 비건 음식점도 많다”면서 “술과 고기가 있어야 푸짐한 상차림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도 좋을 것 같다”고 제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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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 코리안즈] 조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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